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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일상이 된 듯하다.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부쩍 증가했다. 해외여행은 더더욱 활발해졌다. 아시아의 대다수 국가들을 제 집 드나들 듯 방문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일종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 간접 경험이라도 나눌까 하는 마음에 여행 서적을 집어 든다. 독서를 했을 뿐이지만 재미는 쏠쏠하다. 낯선 세상의 모습을 제법 상세하게 사진으로 담아놓은 데다 각종 에피소드까지 접할 수 있어 한 권을 순식간에 다 읽고야 만다. 이번에도 그랬다. 두께에 겁을 먹을 틈도 없이 책을 덮었다. 여행은 혼자 갈 수도 있으나 마음 맞는 좋은 사람과 가면 더 좋다. 여행지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여성들이 참 많다. 아이를 다 키우고 육아로부터 해방된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과 함께 가장 자주 눈에 들어오는 조합은 엄마와 딸이다. 그 많은 남성들은 다 어디 갔나 궁금해지고는 한다. 마지못해 아내를 따라온 듯한 남자들의 모습이 보일 때도 종종 있긴 하다. 근데 아들-엄마, 아들-아빠로 이루어진 여행객들은 좀체 볼 수가 없었다. 남자들이 여행을 싫어해서는 아닐 터인데 설명하기가 힘들다. <어설픈 모자의 좀 모자란 터키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를 지닌 책이었다. 우선 엄마와 아들 조합이 여행을 떠났다. 쿠데타 등 안전 문제로 잠시 주춤하고 있으나 터키는 여전히 매력적인 여행 장소다. 엄마와 아들이 터키로 떠났다?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에 앞서 눈을 감고 장면들을 그려 보았다. 아들이 마흔을 바라보고 있다 하니 엄마 또한 칠순이 머지않았을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내 나이는 어때서” 사람들은 대놓고 노래를 부른다. 허나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하고 집 떠나 말 안 통하고 음식 안 맞는 곳에서 오랜 시간 지내는 일이 분명 쉽지는 않을 듯했다. 역시나 아무데서나 자도 괜찮다 말하면서도 2인실을 선호하는 모습을 저자의 어머니는 보이셨다. 현지인의 초대는 단칼에 거절해 저자를 난감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나고 나선 이 또한 추억이겠지만 당시로선 토라지고 다투는 일이 잦았을 것이다. 다 큰 어른 둘이 소리 내어 싸우는 모습을 상상하니 괜히 웃음이 났다. 터키는 흔히들 ‘형제의 나라’라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상당수의 인원이 우릴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전했다. 연세 지긋하신 분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당시를 기억하고 있으며, 상대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친절을 선보이고는 한다. 여행에서 한국인이어서 도움을 얻은 경우도 적잖아 보였다. 구체적인 경험이 아니더라도 저들은 우릴 속이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길래 여행이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친절한 터키인이라 하여도 한국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할 리는 없다. 저자 모자가 터키어에 능한 것도 아니어서, 매 순간 어설픈 영어와 함께 온갖 바디랭귀지를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답답한 마음은 혼자 가슴을 쥐어뜯으며 해소하는 게 최선이었다. 아마 내가 여행을 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용기가 생기지 않아 결국에는 떠나지 못하는 내 처지가 갑자기 서럽게 느껴졌다. 결론은 ‘떠나길 참 잘했다’ 즈음이 될 것 같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해진다. 저자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패러글라이딩도 안 하겠다, 열기구도 못 타겠다, 처음에는 고집불통,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느라 저자의 목은 타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기회가 찾아오자 어머니는 그 순간을 온몸으로 즐기셨다. 사진 속에서 느껴지는 자유분방함, 그 순간에 나이는 잊어도 좋았다. 진정 무언가에 몰입해 즐기고 있는 이에게선 나이가 별 의미가 없는 법이다. 길을 잃고 헤매도, 속내는 어땠을지 모르나, 아들이 곁에 있는데 걱정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느냐며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는 엄마와 함께였으니 아들 또한 만족했을 것이다. 원래 저자의 어머니는 남미 여행을 희망했다고 한다. 마야, 잉카 문명을 떠올리며 가슴 벅차하기가 무섭게 밀려오는 고산병, 치안 문제 등에 대한 두려움. 분명 쉬운 여행지는 아니다. 아직은 엄두가 나지 않는 찰나에 기회가 닿아 예행연습 차원에서 터키를 다녀온 게 지난 2012년의 일이다. 벌써 4년이 흘러가고 있다. 왠지 지금 즈음이면 남미에 다녀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꼭 남미가 아니더라도 이들 모자의 여행 기록은 분명 풍성해졌을 것이다. 여전히 떠날 용기가 생기지 않는 나는 이들의 또 다른 기록을 기다려 본다.  

엄마’와 함께 떠난 여행기를 사진과 함께 엮었다. 불혹을 앞둔 아들과 환갑이 지난 엄마 최 여사님이 배낭을 메고 다녀온 형제의 나라 터키와 불가리아는 어떤 모습인지, 어떤 시련과 복병들을 헤쳐 나왔는지 어설픈 모자의 좀 모자란 터키여행 에 모두 담겨 있다. 여행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작해서 시계반대방향으로 한 바퀴 돌고, 불가리아(수도 소피아)로 넘어갔다가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와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신비롭고 화려한 건축물, 외계인이 살 것만 같은 천혜의 자연경관, 엄마와 함께 한 패러글라이딩과 열기구 체험, 현지인의 초대, 뜻밖의 히치하이킹... 멋진 사진과 글을 읽는 내내 저자와 함께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prologue

_이스탄불_
어설픈 우리 여행에 어울리는 시작
바가지냐 바보냐

_부르사_
비바람을 뚫고 부르사로
울루자미와 이스켄데르 케밥
극한 직업, 세마 수피댄스
주말엔 주말르크즉 마을

_이즈미르_
현지인과의 만남
에페소스 유적과 쉬린제 마을
신세 좀 지자구요
아쉬움을 남기고

_파묵칼레_
하얀 나라를 보았니? ♪♬♩

_페티예_
가격으로 밀당하는 나는 여행 밀당남
엄마 날다!
엄마 구르다!

_안탈리아_
비지떡은 싸다
죽지 않는 노병

_카파도키아_
강행군
가이드는 거들 뿐
풍선은 사람을 싣고~
위르굽 전망대에서 토요장터까지
어머님 손에 디카 한 대 놔 드려야겠어요
도자기 마을과 스머프 마을
뜻밖의 히치하이킹

_사프란볼루_
혼돈의 7시간
초고속 흑해관광
하맘 체험

_불가리아 소피아_
소피아의 아침
프리 소피아 투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죽기 전에 꼭 가보라던 릴라수도원

_이스탄불_
여행도 끝나가고 체력도 끝나가고
새로운 조력자
프린세스 아일랜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이스탄불의 잠 못 이루는 밤

epilogue